[신작가의 서재]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세상인심이 점점 팍팍해지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 왔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은 언제나 에휴, 서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보니.’ 라는 회피성 푸념으로 마무리하고는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며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나 혼밥(혼자 먹는 밥)을 즐기는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심지어 편의점들은 이들을 타깃으로 반찬이나 안주를 파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외식 업체에서도 이들을 위해 1인용 식탁과 나 홀로 세트까지 배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그럴 듯한 사회적 변화의 목소리도 높다. 다른 사람과 함께 술이나 밥을 먹으려면 메뉴 선정부터 대화의 주제까지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데, 이를 혼자 즐긴다면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향할 수 있기에 이 같은 문화가 확산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에서 술이나 밥마저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게 어딘지 모르게 서글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이제 누군가를 배려하지 않는 삶 속으로 깊이 숨어 버리지나 않을지


 

저는 중고 컴퓨터를 팔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지방에 떨어져 살고 있다는 한 아이의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6학년 딸아이에게 중고 컴퓨터라도 한 대 사 주고 싶다는 전화였습니다.”


언젠가 중고 컴퓨터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판매한 남자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세상을 뭉클하게 했던 적이 있다.

남자는 중고 컴퓨터 주문 전화를 받고 배달을 갔다. 녹슨 대문, 열릴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나는 섀시, 좁은 방 안에 가득 쌓여 있는 작은 박스. 한눈에 봐도 그리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와! 정말 컴퓨터가 왔네.”

컴퓨터를 본 아이는 무척 기뻐했다.

너 공부 열심히 하라고 네 엄마가 보내 준 거다. 이걸로 게임만 하지 말고.”

할머니는 손녀딸에게 주의를 줬다 

남자는 컴퓨터 설치를 끝내고 꼼꼼하게 점검을 했다. 그때 여자아이는 남자의 곁에 머물며 마냥 즐거워했다. 할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살면서도 얼굴이 이처럼 밝을 수 있을까. 그 표정이 무척 귀여운 터라 남자는 중고 컴퓨터를 더 꼼꼼하게 점검했다.

잠시 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선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남자는 주변을 정리한 후 그 집을 떠났다. 그때 여자아이가 뛰어나오며 지하철역 근처까지만 태워 달라는 것이었다. 남자는 흔쾌히 허락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언뜻 보니 여자아이의 표정이 뭔가 불안해 보였다. 해맑게 웃던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아저씨, 여기서 내려 주세요.”

남자는 마치 몹쓸 짓이라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무안했다. 타에서 서둘러 내린 여자아이는 근처 화장실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남자는 우연히 그 여자아이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

! 생리를 하는구나. 그래서 그토록 당황했던 거구나. 어쩌지? 엄마는 지방에 있고, 할머니에게 연락을 한들.”

남자는 고민 끝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집 근처에 있었던 터라 그 편이 훨씬 수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당신이 핏자국을 발견했다면 속옷은 물론이고 바지까지 다 젖었다는 건데. 내가 금방 갈 테니까 당신은 일단 거기서 기다려요.”

얼마 후 아내는 생리대와 물티슈 그리고 속옷과 겉옷까지 챙겨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그 여자아이가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때 남자의 아내를 본 여자아이는 엉엉 울었다고 한다.


계산이 잘못된 거 같아요.”

여자아이를 집에 데려다준 후 남자는 이와 같은 핑계를 대며 할머니에게 10만 원을 되돌려 주었다. 그러면 중고 컴퓨터는 12만 원에 판 것이 된다. 아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꽃다발을 선물로 받으며 축하할 일이지만, 그 애는 차가운 공중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었잖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그 생각을 하니 콧잔등이 찡하더라.”



한 푼이라도 더 남아야 할 텐데. 이처럼 장사꾼의 마음은 이익을 남기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들 부부는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았으며, 한 여자아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 어두운 밤하늘에 빛을 더했다.

타인을 위한 작은 배려. 이들 부부는 그날 붉은 심장이 더욱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그러한 경험은 곧 살아가는 즐거움과 행복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나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팍팍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혼술, 혼밥. 혼자 즐기는 여유보다 함께 만들어 가는 행복의 가치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살아가는 데 있어 행복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댓글 (5)

  • 소문난 글쟁이2017-02-06 12:36

    올 상반기 출간을 목표로 힐링 에세이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초고 중 일부를 살짝 공개합니다.^^

  • 옥탑방 글쟁이2017-02-06 17:51

    아이디가 왠지 반갑네요..ㅋㅋㅋ 저도 나중에 힐링 에세이 출판할 예정입니다.
    응원합니다!!^^

  • 소문난 글쟁이2017-02-06 17:52
    옥탑방 글쟁이

    네, 감사합니다.^^

  • 새로운시작832017-02-08 10:02

    아침 부터 뜨거운 눈시울이 앞을 가리네요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소문난 글쟁이2017-02-08 10:06
    새로운시작83

    네, 감사합니다.^^

출처: 2017-02-06 12:14 | 소문난 글쟁이 | [신작가의 서재]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태그: 혼술, 혼밥, 나눔, 배려, 여유, 행복, 즐거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