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_사람 중심 사회로 가는 길

선언_사람 중심 사회로 가는 길

박세길 지음

152*225 / 312/ 15,000

부자 되세요오~” 돈 중심 사회에 울려퍼진 메아리

2001년 세밑, 어느 여배우가 외친 한 마디가 전 국민의 새해 인사말이 되었다. “부자 되세요.” 외환위기의 짐을 제법 덜어내고 월드컵을 기다리던 해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너나없이 부자가 될 것 같은 기대감에 사로잡혀 낯 뜨거운 줄도 모르고 이런 말을 주고받았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한 신자유주의가 가르쳐준 인사말이다. 그로부터 15, ‘헬조선은 보통명사가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승자독식을 옹호한다. 그 결과, 재벌을 중심으로 기득권 세력이 쌓아올린 거대한 부의 탑이 솟았다. 그 뒤편에는 끝없는 빈곤의 낭떠러지이다. 신자유주의는 돈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라 했고, 돈 중심 사고는 사람들의 도덕 감각을 마비시켰다. 돈 중심 사고가 사람들을 지배하는 한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을 없앨 수는 없다. 세월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은 돈 중심 사고가 지배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컴퓨터 OS와 같은 역할을 해온 것은, 돈이 최고 목적이고 모든 권력의 원천이 되는 돈 중심 운영체제이다. 대기업 중심 성장 모델은 이러한 돈 중심 운영체제 위의 대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나름 순기능을 해왔던 운영체제는 이제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경제사회 발전의 장애물이 된 것이다. 한계에 다다른 컴퓨터의 OS를 바꾸듯이, 돈 중심 사회의 운영체제를 바꿔 사람 중심 사회로 전환하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박세길의 사상적 독립 선언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라는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박세길은 30여 년간 사회운동의 외길을 걸어온 현역운동가이다. NL 운동진영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선언>1990년대 소련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 새로운 사회의 비전을 찾기 위한 저자의 오랜 연구와 사색의 결과이다. 저자가 편력했던 마르크스레닌주의, 주체사상 등에서 탈피한 새로운 사상체계이다. <선언>은 박세길의 사상적 독립 선언이다.

전두환 군사 정권과 싸우던 1980년대 운동권은 사회주의를 꿈꿨다. 일부는 주체사상을 신봉하기도 했으며, 사회주의 몰락 이후엔 사회민주주의로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그래서 <선언>은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는 실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 혁명은 불가능하다. 민주화의 성공으로 수립된 87체제는 좌익 민중봉기나 우익 군사 쿠데타를 모두 배제하는 사회적 합의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 토대 변화로 사회주의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란 산업사회를 기반으로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서 성립된 사회 모델이었다.

사회민주주의가 실현될 가능성도 없다. 그 전제조건이라 할 노동의 헤게모니가 확립되지도 못했고 시장에 대한 국가의 우위는 사라졌으며, 계급 타협의 토대였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 대한 우위를 상실해버린 국가 권력을 장악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국가주의 전략도 환상일 뿐이다.

사람 중심 사회로 가는 길

저자는 급격한 기술 변화의 결과로 개화된 디지털 문명에 주목한다. 산업사회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결합으로 가치를 창출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상품은 투입된 노동량을 기준으로 교환된다. 마르크스가 상정한 노동은 근육 에너지의 지출을 의미했다. 그런데 디지털 문명에서는 지식이 가치 창출의 새로운 원천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창조력이 가치 창출의 주요 원천을 이루는 창조경제는 생산력 발전의 새로운 단계이다.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는 생산수단의 사회화, 즉 집단 소유의 실현에 있었다. 하지만 탈산업사회 이후 주요 생산수단이 창조력으로 전환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창조력이란 개개인 각자에 체화된 것이므로 이를 개인에게서 분리시켜 집단 소유로 만드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창조경제에서는 사람이 경제활동의 중심에 서는 조건이라야 최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간의 창의력을 억제하고 단순한 비용으로 보는 돈 중심 운영체제는 창조경제와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운영체제의 전환이 불가피한 것이다.

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운영체제를 바꾸면,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자연 생태계에서 그 원형을 찾는다. 자연 생태계는 수직적 위계질서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저마다 중심을 이루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인류 사회는 1만 년 전 농업혁명 이래 수직적 위계질서가 지배하고 있었다. 수직적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소수 엘리트 집단이 대중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 20세기는 사회주의의 국가만능주의와 자본주의의 시장만능주의, 두 극단이 지배해왔다. 그런데 엘리트 지배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디지털 문명의 개화, 대학교육의 일반화, 정치적 자유의 신장 등으로 수직적 위계질서가 붕괴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한 차원 높은 생태계로 발전시켜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심이 되어 수평적 연대를 통해 상생하는 사회가 사람 중심 사회이다.

사람 중심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개설하여 아이폰 생태계를 만들었듯이 사회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단체, 노조, 정당, 국가 등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이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때 플랫폼의 생명은 개방성이며 핵심 요소는 연결 기능이다. 저자는 플랫폼 전략에 기초해 경제 사회 환경에서는 소생산자 연합, 벤처 생태계, 중소기업, 재벌체제 변혁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사회 정치 환경에서 시민사회운동,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 생태계, 진보정치의 생태계, 통일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진보는 좌우 너머에 있다

<선언>의 주장은 그간 진보진영이 낸 목소리와 많이 다르다. 심지어 합리적 보수세력이 찬동할 만한 내용도 많이 담고 있다. 전통적인 좌파의 생각으로는 이게 무슨 진보냐?”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의 시대적 한계를 되새겨본다면 좌우 대결 구도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시민의 열망을 낡은 이념 대결이 가로막고 있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역사의 계절이 바뀌면 사상의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소통, 공감, 동행을 통해 돈 중심 사회가 사람 중심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면 매력적이지 않은가.

저자는 사람 중심 사회라는 사회 전환의 새로운 모델과 자신의 사상 체계를 펼쳐보인 뒤, 실질적인 사상문화운동을 펼쳐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길을 잃은 진보정당운동, 국민의 신뢰를 잃은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기술하고 진보정당운동의 재집결과 야권의 진보적 재편이라는 청사진을 밝힌다. <선언>은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청년세대에게 보내는 박세길의 초대장이며, 진보운동진영에 던져진 뜨거운 어젠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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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2016-06-14 06:15 | 윤출 | 선언_사람 중심 사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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