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뒤집고 채우다

 

 
 

“패스트푸드가 왜 나빠요?”

장안대학교 식품영양과 전형주 교수의 말이다. ‘패스트푸드’ 하면 대개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이 상식처럼 자리 잡고 있는데, 패스트푸드가 왜 나쁘냐고 해맑은 얼굴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은 ‘슬로우 푸드’ 시대 아니었던가. 그녀는 왜 이런 질문을 던졌을까?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자

“저는 무조건 슬로우푸드가 좋고 패스트푸드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 현대인들은 참 바빠요. 그런 그들에게 아파트 옆 작은 공터에서라도 텃밭을 가꾸고 무공해 채소를 재배해 건강식을 만들어 먹어라? 과연 할 수 있을까요? 현대인들에게 패스트푸드는 필요해요. 다만, 그 패스트푸드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가 중요한 거죠.”

 

사실 시간에 많이 쫒기는 현대인들은 패스트푸드를 곧잘 찾곤 한다. “본인이 만약 햄버거를 좋아한다면 인스턴트 햄버거 보다는 호밀빵을 쓰고 야채가 많은 수제 버거를 찾아 먹으면 돼요.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에 맞춘 식습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측면에서 패스트푸드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저는 외식업체들이 10%만 더 재료에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요즘 현대인들도 바쁘지만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인식은 강하거든요. 무공해 채소를 소비자보고 길러서 먹으라는 것보다 ‘바쁘시죠. 저희가 만들어드릴게요. 와서 드시기만 하면 돼요’라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나요?” 전형주 교수는 바쁜 현대인들이 어디서든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면 건강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교수님 말대로라면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 편하게 뭐든지 막 먹어도 되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거나 막 먹으라는 뜻은 아니에요(웃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항산화물질이 필요하다고 합시다. 대표 식품인 아사이베리를 사람들이 많이 먹죠. 그런데 나는 아사이베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 많이 먹고 유명하다는 이유로 꼭 먹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다는 거예요. 항산화 식품군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찾아보면 그 식품군 안에서 분명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을 거예요. 유사한 성분이 담긴 음식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으면 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항상 어느 영양소가 들어간 식품군 전체를 가르쳐줘요,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내 몸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라

전형주 교수는 모든 원리가 모두에게 다 맞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운동에도 정석이 있고 건강에도 정석이 있고 먹는 것에도 정석이 있어요. 하지만 이건 원리일 뿐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딱 맞는 원리가 아니라는 거예요. 나한테 맞는 방법이 있어요.”

전형주 교수는 사람마다 다른 ‘내 몸 사용 설명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마다 소화율이나 대사율이 다 달라요. 모든 사람이 하루 세 끼를 꼭 먹어야 하고 슬로우푸드를 먹어야만 몸에 좋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만약 아침을 거르던 사람이라면 ‘꼭 아침을 먹어야 한다’고 하기보다는 점심과 저녁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채울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해요.”

무엇보다 전형주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실천 가능성’이다. 내가 지킬 수 있고 본인의 생활 패턴에 맞는 식습관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래서 ‘내 몸 사용 설명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물어봤다. “기본적으로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나의 식습관은 어떤지, 하루 활동량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해요. 인터넷에 식생활 습관 자가진단서나 활동량 자가진단서 등을 검색해서 스스로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나에게 맞는 음식이나 식생활 계획들을 만들어야겠죠.”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형주 교수는 내 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기본적으로는 음식을 통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영양소를 균형 있게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고 비타민과 무기질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식습관 계획을 세우기를 추천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그런 음식이나 재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처음에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 이후에는 꾸준히 공부하는 과정도 필요하죠.”

 

‘마음 건강’도 중요하다

“<구원의 밥상>이라는 프로를 하면서 게스트들에게서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그 방송에 나오는 게스트 분들은 질병이 있거나 질병을 이겨내신 분들인데요. 그분들에게는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크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믿음이 정말 커요. 또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도 크고요. 그런 마음이 질병을 이겨낼 의지를 주는 것 같아요. 건강을 위해서 음식이나 치료 과정, 약 같은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인 것 같아요.”

 

이제 100세 시대가 왔다고들 한다. 60세 시대일 때는 누구 말처럼 ‘아무렇게나 편하게 살다가 갈래’라고 생각하고 관리에 소홀했어도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100세 시대는 다르다.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남은 30~40년을 보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형주 교수는 조언했다. “질병에 걸리면 의사가 필요해요. 병원에 가야 하죠. 질병에 걸리기 전 위험수위까지를 예방하고 지켜주는 것이 바로 음식이에요. 그리고 마음 건강도 중요하죠. 식품과 음식, 그리고 내 몸과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죠.”

 

전형주 교수는 마음건강과 신체건강의 밸런스를 강조했다. 행복하려면 건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편해질 필요도 있다고. 교수는 그 비워진 마음은 다양한 경로로 채워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비우고 뒤집고 채우다>라는 책도 비우고, 뒤집고, 새로 채워서 나온 책이에요. 처음에는 건강도서를 쓰려고 원고를 작성하고 있었거든요. 거의 3분의 2 정도를 다 썼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꼭 내가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얻을 수도 있는 정보들이고 이미 칼럼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한 번쯤은 전했던 내용들인데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요. 그래서 과감하게 원고를 뒤집었어요. 비우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죠.”

 

전형주 교수는 한때 본인도 ‘최고’만을 꿈꾸며 살았던 때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교수를 할 때는 내가 가르치는 과가 최고여야 하고 또 학생들은 100% 취업을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항상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나로 인해 만족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몸이 아파 학교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비워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결과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대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굳게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교수는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한 번 뒤집고 나니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데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정말 편해져요. 당당해지고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중심이 잡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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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2015-12-12 22:24 | 새빛 | 비우고 뒤집고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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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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